금융권 ‘관피아’ 떠난 자리 ‘정피아’가 싹쓸이

금융권 ‘관피아’ 떠난 자리 ‘정피아’가 싹쓸이

입력 2014-10-16 00:00
수정 2014-10-16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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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감시 막중한 감사 자리…전문성 부족 정치권 출신 포진

금융권의 ‘정치인 낙하산’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관피아’(관료+마피아)를 막았더니 그 자리를 ‘정피아’(정치인+마피아)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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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권 감사 자리는 정피아가 거의 싹쓸이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였던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위원 출신인 공명재씨는 수출입은행, 친박연대 국회의원 출신인 박대해씨는 기술보증기금,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조동회씨는 서울보증보험 감사 자리를 각각 차지했다. 문제풍 예금보험공사 감사는 새누리당 충남도당 서산·태안 선거대책위원장, 권영상 한국거래소 감사는 경남선거대책위 정책본부장 출신이다. 정송학 자산관리공사(캠코) 감사는 새누리당 공천으로 2012년 총선에 출마했다가 떨어진 경력이 있다. 정부(예보)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은 2012년 총선 때 새누리당 비례대표 후보였던 정수경 변호사를 지난 10일 신임 감사로 선임했다. 정 감사는 친박연대 대변인도 지냈다. 이순우 우리은행장과는 성균관대 동문이다.

조직 내 2인자로 불리는 금융사 감사는 경영을 감시하는 막중한 자리다. 단순한 경영 감시뿐 아니라 비리 등도 적발 또는 예방해야 한다. 조직을 통제하는 ‘최후의 보루’나 다름없어 막중한 책임감과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 등으로 관피아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면서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피아들이 속속 감사 자리를 꿰차고 있어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도 정치권 인사들을 대거 받아들였다.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 몸담았던 양종오씨를 IBK캐피탈 감사로, 강원도 정무부지사와 한나라당 대표 특보를 지낸 조용씨를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국민희망포럼 서동기 이사를 IBK자산운용 사외이사로 각각 임명했다. 한희수 IBK저축은행 사외이사는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상임특보 등을 지냈다.

역시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자회사인 대우증권 감사에 새누리당 논산·계룡·금산당원협의회 위원장 출신인 이창원씨를 임명했다. 산은금융지주의 홍일화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부대변인, 산은자산운용의 여해동 사외이사는 한나라당 재경수석전문위원 출신이다. 주택금융공사의 한상열 상임이사는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정무보좌관을 지냈고, 경남은행의 박판도 감사는 한나라당 소속 경남도의회 의장을 지낸 지역 정치인이다.

홍기택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이덕훈 수출입은행장은 정치인 출신은 아니지만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 몸담아 ‘보은 인사’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공기관 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핵심 기치다. 하지만 정작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이나 정치권 주변 인사를 받아들이는 데 국책은행이나 금융공기업이 가장 앞장서고 있는 점은 현 정부의 개혁 의지를 의심케 한다. 김기식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정부가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치권 인사들을 논공행상식으로 금융권에 투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황윤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관피아는 공직윤리가 흔들릴 때 문제가 되지만 그래도 전문성은 있다”면서 “정피아는 전문성도 없고 정치적 편향성이 강해 관피아보다 더 해로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윤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는 “관료나 정치인은 무조건 안 된다고 낙인찍지 말고 투명한 인사 과정을 통해 적임자를 뽑는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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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현 기자 hyun@seoul.co.kr
2014-10-1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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