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기업 민주화’ 외면…전자투표 도입 거부

상장사들 ‘기업 민주화’ 외면…전자투표 도입 거부

입력 2013-02-21 00:00
수정 2013-02-21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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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 시즌이 시작됐지만 박근혜 당선인의 기업지배구조 개선 관련 공약은 외면받을 것으로 보인다. 단적으로 올해 주총을 앞두고 전자투표제를 신청한 상장사가 1곳도 없다.

박 당선인은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 단계적 도입을 비롯해 소액주주의 독립적 사외이사 선임 시스템 구축,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강화 등을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한국상장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전자투표제도를 신청한 상장사는 한곳도 없었다.

전자투표제도는 시간을 내기 어려운 소액주주가 주총에 출석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대주주의 일방적 의사결정을 견제할 수단으로 꼽힌다.

그러나 2010년 5월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예탁원과 전자투표 계약을 체결한 회사는 불과 40곳이고 이마저도 대부분 페이퍼컴퍼니인 선박투자회사가 36곳이다.

기업들은 전자투표를 외면하고 ‘섀도 보팅’을 악용하고 있다.

예탁원은 주총이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 전 신청한 기업에 한해 예탁된 주식의 의결권을 빌려준다. 대주주들은 이를 통해 소액주주들이 주총 장소에 나타나지 않아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해 정족수를 맞출 수 있는데 돌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대주주 뜻대로 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지적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자본시장법 개정안에는 2015년 섀도 보팅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대기업들이 시간끌기 작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예탁원 관계자는 “기업들은 섀도 보팅을 편하다고 생각하다 보니 전자투표제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소액주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경제민주화 논의가 나오면서 문의는 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의 대선 공약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역시 대기업들의 외면으로 당장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작년 주총에서 시가총액 기준 100대 제조기업 중 집중투표제를 채택한 상장사는 단 4곳뿐이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주총에서 자신이 원하는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줘 선임함으로써 재벌 총수와 기존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그러나 기업들이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두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높이기 위해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재벌 총수나 최고경영자(CEO)를 배제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아직 미지근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송민경 팀장은 “작년에 최대주주나 CEO가 사외이사 추천에 관여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했지만 작년 주총에서 반응이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이번 주총에서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동아제약의 박카스 분리에 반대표를 던지며 주주권 강화를 천명한 만큼 지금보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금까지 주총 날짜가 정해진 12월 결산법인 상장사는 유가증권시장 기준으로 672곳 중 18.5%인 124곳이다. 3월 셋째주(42곳)와 넷째주(42곳)에 상당수가 몰려 있다. 코스닥 상장사 8곳도 확정됐다.

작년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전체 12월 결산법인 상장사 1천696곳 중에서는 3월 넷째주(765곳), 다섯째주(650곳)에 83.4%가 몰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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