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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호 “미끼 던져본 미국, 김정은 한미가 장난 친다고 화냈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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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뉴스
‘생일 축하는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건데 왜 이렇게 화를 내지?’

지난 11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통해 제재 완화를 위해 영변 등 핵시설을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요구를 수용해야만 대화에 나서겠다고 못을 박으면서 거친 표현을 동원해 우리 정부를 맹비난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품은 의문이었을 것이다. 김 고문은 담화 후반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낸 생일 축하 메시지를 우리 정부 요인이 전달한 것에 대해 상식적이지 않을 정도로 거친 표현들을 동원하며 비난해 저간의 사정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표현을 보면 ‘설레발을 치다’, ‘숨 가쁘게 흥분에 겨워 온몸을 떨며’, ‘호들갑 떨다’, ‘끼어들었다가 본전도 못 챙기는 바보 신세’, ‘자중’ 등이다.

매주 북한 동향을 전하는 태영호(58)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는 13일치를 통해 “정상 외교관의 입에서 나와서는 안될 표현들”이라며 이처럼 화를 낸 이유로 북한 지도부의 내부 동작구조를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에서는 모든 기관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수직으로 종속돼 있어 북미협상, 핵전략, 전략무기 개발 등과 같은 최고급 비밀은 절대로 부서끼리 공유하지 않는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외무성이 3층 서기실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즉시 보고해 이미 친서 내용을 알고 있었을 것인데 갑자기 우리 정부가 남북 핫라인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북한에 통지하니 통일전선부로선 핵 협상과 관련한 새로운 제안이 왔을 것으로 판단하고 김 위원장에게 보고한 뒤 메시지를 전달받겠다고 승인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통큰 제안’이 오는가 보다 싶어 기대가 컸을텐데 정작 통전부에서 보고한 내용을 보니 외무성이 이미 보고한 생일 축하 메시지였을 것이란 얘기다. 김 위원장이 미국이든 한국이든 장난치고 있다고 화를 냈을 것이고, 아마도 외무성에 미국을 향해 그런 식으로 놀지 말라고 단단히 못 박으라고 했을 것이고, 한국을 향해서도 사람 깜짝 놀라게 하지 말고 가만 있으라고 엄포 좀 놓으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이에 따라 통전부가 매우 곤란하게 됐을 것이라며 북한에서는 ‘직능대로 일하지 않으면 큰 코 다친다’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북한 외무성의 매뉴얼에 따르면 같은 나라에 상주하고 있는 한국 대사관으로부터 ‘서울에서 온 긴급 메시지를 전달하겠으니 면담하자’고 연락이 오면 남북의 정상 통로를 이용하라고 밀어놓게 돼 있다고 덧붙였다.

북한으로선 미국 대통령의 긴급 메시지가 있다고 해 성급히 받아놓고 보니 이미 전달 받은 것이고, 되돌아보니 미국이 한국을 내세워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을 얼마나 갈망하고 있는지 속을 떠본 수작에 넘어갔다는 불쾌한 느낌에 사로잡혔을 것이라고 태 전 공사는 추측했다. 결국 미국이 미끼를 던졌는데 북한이 뒤늦게 미국의 수를 알아채고 물지 않은 셈이다.

태 전 공사는 이와 관련, 영화 ‘곡성’에 나오는 황정민의 대사 ‘그 놈은 지금 낚시를 하는 거여, 뭐가 달려 나올지 몰랐겄지, 지도, 그 놈은 지금 미끼을 던져분 것이고 자네 딸내미는 미끼를 확 물어분것이여’가 연상된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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