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세미나


정혜경 “일본의 강제동원 피해 배상 현황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입력: ’19-08-11 11:28  /  수정: ’19-10-23 16:55
부끄러웠다.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조사과장을 지낸 정혜경 역사학 박사는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제64차 통일전략포럼 ‘한일관계 어떻게 풀어야 하나’ 라운드테이블 네 번째 주제발표에 나서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우리 정부가 피해자들이 제대로 배상받을 수 있도록 많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혜경 박사의 발표문 ‘일제 강제동원 문제 관련-한국의 대응’을 정리하는 기자는 그가 정부뿐만 아니라 국민들과 사회 전체에 둔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생각해 부끄러워졌다. 그의 발표문을 최대한 원문대로 소개한다. 다만 분량 때문에 맨 뒤 학계와 시민사회의 역할 대목은 덜어냈음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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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학 박사 정혜경 씨가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진행된 제64차 통일전략포럼 네 번째 라운드테이블 발표를 하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제공
o 미봉책으로 일관한 한국정부 대응

- 2019년 6월 19일, 한국과 일본 기업의 자발적 출연금으로 재원을 조성해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주는 방안을 일본 측에 제안(일본 정부가 즉각 거부). 재단 설립은 대안 가운데 하나일 뿐 - 한국정부의 제안 배경 : 원고단 중심의 선별적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정책 수립이자 인식의 틀 때문. 피해자 사회와 무관한 논의로 일관한 결과. 피해자 사회가 재단 설립에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못함. 강제동원 피해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정책이나 대응이 필요

o 상황 진단 - 오해와 희망고문

- 가장 큰 문제는 강제동원 자체에 대한 이해 부족과 피해자성의 상실 : 학계(사실 파악 미흡), 한국 사회(일본기업의 중국 피해자 조치, 독일재단에 대한 오해) - 정부, 연구자와 시민단체를 비롯한 관련자들, 언론의 책임 : 무책임, 역사문제를 정략적으로 소비

¡ 승소의 환희 대신 시작된 희망고문

- 강제동원피해자의 미불임금과 위자료가 소송을 통해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은 이미 2012년 5월 대법원 판결 직후 법조계가 예상. 작년 연말부터 승소는 이어지고 있으나 실제로 위자료를 받았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위자료를 받기 위한 원고단의 조치(국내 자산 매각 신청)를 둘러싸고 양국 간 첨예한 갈등이 강화되고 있을 뿐 - 소송을 제기한 측의 목적은 미지급 임금과 위자료를 받기 위함이며 피고는 일본기업. 그러나 일본 기업이 미불임금과 위자료를 지급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제기한 소송은 아니었으므로 피고는 일본 기업이지만 이미 소송은 국내 문제로 자리 잡았고, 해결의 주체는 한국정부가 됐음 - 소송을 통한 피해자 사회의 소득 : 하나는 피해자 권리 인식의 중요성이고, 또 다른 하나는 피해자성 상실과 혼란. 열심히 소송을 제기하면, ‘적극적으로 권리를 요구하는 피해자’로서 정부 정책의 고려 대상이 된다는 점을 알게 되었기에 소송에 올인하는 경향.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할 수 없는 피해자(군인 군무원, 일본기업 관련 자료가 없는 피해자)는 배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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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1층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제64차 통일전략포럼 도중 길윤형(왼쪽부터) 한겨레신문 전 도쿄특파원,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 부위원장, 사회 이수훈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전 주일 대사), 정혜경 역사학 박사, 남상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장,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등이 토론에 임하고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제공
¡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은 피해자 사회

- 1946년부터 대일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 단체가 탄생했으나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2004년 위원회 설립 이전까지 정부는 피해자들의 권리 요구에 대해 ‘가만히 있어라’로 일관. 피해자 사회는 2007년 8월 2일 노무현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보상법안(태평양전쟁전후 국외 강제동원희생자 지원법)을 거부권 행사로 폐기시킨 과정을 경험. 거부권 행사 이유는 ‘사망자 유족 : 일시금 5,000만원 연금 월 60만원, 귀환생존자 : 일시금 3000만원 연금 월 50만원, 귀환생존자 유족 : 일시금 2000 만원’을 지급하도록 한 법조문 때문. 한국전쟁 등 보훈정책 수혜대상자보다 높은 강제동원 지원금에 대해 사회적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았던 것. 2007년에 지원금 제도를 마련했으나 제한적으로 운영했고, 위원회 폐지 이후 정부 창구는 사라짐 - 70년이 넘는 동안 피해자 사회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음과 동시에 피해자성을 잃어감. 피해자성이란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사회적으로 확산하려는 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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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향후 한국 정부의 역할 - 진상규명을 통한 대일역사문제의 실타래 풀기

- 한국 정부가 주도하고 학계와 시민사회가 협력하는 방식이 바람직 - 미봉책을 버리고, 정책의 일관성·지속성·책임성(한국 정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통한 신뢰 회복) - 대일역사문제를 외교 현안으로만 파악하고 즉자적으로 대응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사회에 준 상처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 -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 기능 회복 : 강제동원 진상규명 작업은 국가적 책무이자 세계적 추세. 조직 규모와 무관한 상설기관 운영. 정부는 법에 근거해 인력이나 예산, 외교력과 행정력 등을 토대로 민간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을 지속적으로 해야 함

- 적극적 자료 수집과 공유 : 자료수집의 대상지역을 확대(일본, 러시아, 스위스, 영국, 호주 등 국제 적십자와 포로 관련 국가 포함), 일본의 아시아역사자료센터와 같은 공유 시스템 마련 - 한국 사회가 한일관계를 넘어선 인식의 확산으로 나아가도록 방향 설정하고 지원 : 아태전쟁 피해자의 범위를 명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음

- 피해자 사회와 신뢰관계 회복 : 피해자를 소외한 방식의 논의 구조를 지양 - 국가보훈정책의 틀을 유지하는 선에서 정책을 수립해야 함 - 공동 어젠다를 설정해 주제별로 해결을 추진 : 중단기 대책으로 가능

¡ 단기 대책 : 연내 시행 가능

- 위로금 제도 부활 : 4.16 유족들 집회. 법제화 운동 - 연구자용 명부 DB와 구술자료 등 현재 활용 가능한 자료를 공유하는 시스템 구축 - 연구재단 토대연구사업 활성화 : 사전 발간, 법령 정리 등 기초 연구

¡ 중장기 대책

- 일본지역 노무자 유골 봉환 추진 : 한일정부간 협의 중 2012년 이명박 대통령 독도방문으로 중단된 사업 - 러시아 시베리아포로 억류 자료 입수 추진, 사할린 기록물 입수 사업 재개 - 전쟁유적 전수조사 : 지역별 전수조사 실시(일본은 교육청 차원의 전수 조사 완료)

- 전쟁유적 유네스코 등재운동 지원 : 인천시 부평구 유네스코 등재 운동 - 정부 차원의 남북 공동 대응 : 3대 방안(자료 공유, 공동조사, 정부차원의 유골수습 및 봉환)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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