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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사키시 혐한시위 처벌 日 첫 조례, 50만엔 벌금 부과

입력: ’20-06-30 08:07  /  수정: ’20-06-30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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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한 시위를 처벌하는 조례 제정에 기여한 재일한국인 최강이자 씨가 시행을 앞두고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가와사키 연합뉴스
일본 가나가와(神奈川)현 가와사키(川崎)시가 혐한(嫌韓)시위를 처벌하는 조례를 다음달 1일부터 시행한다고 연합뉴스가 30일 보도했다.

혐한 시위를 반복하는 개인이나 단체에 50만엔(약 56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가와사키시 차별 없는 인권 존중 마을 만들기 조례’인데 혐한 시위를 비롯한 헤이트 스피치(혐오 연설)를 처벌하는 일본 내 첫 조례다. 일본의 다른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조례는 특정 민족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거나 혐오감을 부추기는 언동이나 메시지 공표를 반복하거나 반복할 우려가 있으면 시장이 이를 중단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했다. 길거리와 공원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발언하거나 현수막과 간판을 내거는 행위, 소책자를 배포하는 행위 등을 모두 규제한다. 권고에 응하지 않으면 중단 명령을 내리고 위반하면 벌금을 물릴 수 있다.

벌금형 수위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처벌을 가능하게 한 첫 법규인 만큼 혐한 시위에 억제 효과가 이전보다 커질 것으로 재일 교포들은 기대하고 있다. 혐한 시위 중단 명령을 어기고 헤이트 스피치를 하는 개인이나 단체의 이름과 주소를 공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조례는 또 인터넷의 혐한 콘텐츠로 인해 가와사키 거주자 등이 피해자가 될 수 있으면 시가 확산 방지 조치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와사키시는 지난 4월부터 이에 근거해 인터넷 관련 사업자에게 차별 조장 콘텐츠의 삭제를 요청하거나 게시자를 확인하기 위한 피해자의 정보 공개 청구를 지원하는 등 대응하고 있다.

조례 제정을 위해 앞장선 재일 한국인 3세 최강이자(47) 씨는 연합뉴스 인터뷰를 통해 두려움을 이기고 헤이트 스피치에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재일교포들만의 힘으로는 어려웠다며 “처음에는 무서워서 달아나기도 했지만 역시 용납해선 안되는 일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털어놓았다. 2016년 혐한 시위 피해 구제를 요구하는 신고서를 법무성에 제출한 것을 계기로 몇년 동안 헤이트 스피치와 끈질기게 맞서 온 최씨의 노력이 열매를 맺은 셈이다. 그는 헤이트 스피치를 용서하지 않는 가와사키 시민 네트워크와 함께 활동하며 시민들과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최씨는 “20차례에 걸쳐 학습 모임을 열었고 매번 시민 200명 정도가 참석해 국제인권법, 표현의 자유, 타국 사례 등을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혐한 시위 세력 앞에서 항의하거나 혐한 시위 주도하는 인물에게 연락처를 주고 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최씨는 “우리들을 향해 ‘바퀴벌레’, ‘구더기’, ‘조선인을 내쫓아내라’, ‘공기가 오염되니 공기를 들이마시지 마라’고 말했다”며 헤이트 스피치가 “인간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헤이트 스피치가 발생하는 순간, 그 때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시위 일정이 다가올 때도 고통을 느끼게 하며, 시위가 끝난 뒤에도 재발 우려 때문에 불안에 시달리게 하는 등 피해가 장기간 이어진다고 털어놓았다.

혐한 시위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해친다’는 일각의 반발에 대해 최씨는 “헤이트 스피치는 생각의 차이 혹은 논쟁의 대상이 아니다. 일방적인 가해와 압도적인 피해가 있을 뿐”이라며 “‘죽어라’고 얘기하는 사람과는 논쟁이 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헤이트 스피치를 억제하기 위해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향한 대응 추진에 관한 법’이 제정돼 2016년 6월 시행되면서 혐한 시위에 맞서는 움직임에 탄력이 붙었다. 법원이 헤이트 스피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거나 시가 혐한 시위 단체의 공원 사용을 불허하는 등 당국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확산하는 헤이트 콘텐츠가 문제다. 최 는 “학습 모임 등의 이름으로 헤이트 시위를 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 형태를 바꿔 차별을 즐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례는 인터넷의 혐한 콘텐츠에 대응하는 규정도 두고 있지만 일개 기초지방자치단체가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관련 업체와 연계해 지침을 만드는 등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가능한 사람이, 가능한 곳에서, 가능한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헤이트 스피치나 차별을 근절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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