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자 인터뷰


[2000자 인터뷰 28]양기호 “강제동원, 먼저 피해자 수용가능한 안 국내서 만들어야”

한일정상회담, 해법 논의 안한 절반의 성공

문희상 안은 여러가지 한계 있어 아쉬워

승소판결 난 피해자 보상 해결에 집중해야

국가가 책임지거나, ICJ에 가는 것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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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가 내년도 한일관계를 전망하고 있다.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한일관계 전문가인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는 27일 서울신문 평화연구소와 인터뷰를 갖고 한일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판결 문제와 관련 “지금이라도 정부, 피해자 원고단, 강제동원 단체, 민족연구소 등이 민간공동위원회를 만들어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양 교수는 논란이 되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기억·화해·미래 재단 법안’은 “문제가 많다”면서 실패한 위안부합의, 아시아여성기금의 한국판이 될 수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양 교수와의 일문일답 내용.

Q. 지난 24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은 1년 3개월만에 양국 정상이 만났다는 데 의의가 있었을 뿐 현안 해결에 큰 진전은 없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이낙연 총리의 10월 방일로 양국 사이에 모멘텀은 만들어졌다. 정부가 11월 22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의 조건부 유예를 결정하면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지소미아 문제와 강제동원 문제를 분리시킨 것은 잘한 것이었다. 이번 회담은 보도를 볼 때 강제동원이 메인이었다. 회담에서는 양자 간 입장 차를 확인하고 끝났다. 구체적 해법은 물론 문희상 국회의장의 ‘기억·화해·미래 재단 법안’도 논의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초부터 한일이 대립하는 극단적 갈등에서 벗어나 연말 대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이 문제를 현안으로 인식하고 대화로 풀어나가자 한 것은 잘 한 것이라고 본다. 간단히 정리해 대화 분위기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해법은 진전이 없었으니 절반의 성공이었다.

Q. 회담에서 수출규제는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일 이전으로 되돌리자고 한 데 대해 아베 신조 총리는 당국 간 협의를 통해 해결하자고 했다. 아베 총리의 이런 말은 강제동원 판결 문제를 한국 측이 책임을 지고 해결하기 전에는 수출 규제 해제는 없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A. 내가 알기로는 일본 경제산업성(경산성)은 처음부터 수출규제와 경제보복을 연동시키는 것에 반대했다. 경산성은 전략물자통제를 한일이 상호검증하고 한국 측에 신뢰가 생기지 않는 한은 수출 규제를 철회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전략물자관리위원회 인원을 확충했고, 양국이 함께 검증하자고 한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 수출된 전략물자가 제3국으로 유출된다는 증거가 없는 한 원상복귀할 수 있다는 게 경산성의 생각인 것 같다. 현금화에 따른 경제보복의 카드로 여기는 총리 관저와는 약간 결이 다른 셈이다. 다만 현재 우리 정부 내에서 내년 3월 말까지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 배제 철회를 하지 않으면 다시 지소미아 종료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모양인데 수출 규제와 화이트리스트는 분리해서 생각해야 하며 지소미아 카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Q. 논란이 되고 있는 문희상 국회의장의 강제동원 문제 해법인 ‘1+1+알파’에 대해, 일제강제동원희생자유족협동조합은 조속한 법안 통과를 촉구하고 있으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사죄없이 청구권을 소멸시키려는 것이라 반발하고 있다. 조합 측은 피해자는 우리들인데 왜 시민단체가 나서서 반대하느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문희상 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A. 문희상 안은 큰 결함이 있다. 최소한의 마지노선인 대법원 판결 이행이 빠져 있다. 특정 원고와 특정 피고가 존재하는 민사소송이다. 게다가 법안은 기부금을 강제 못한다는 조항이 있다. 현재 판결이 난 3개 일본 피고 기업이 나는 기부에서 빠지겠다고 하면 할 말이 없게 돼 있다. 대법원 판결에는 피고 기업에 사죄하라는 주문은 없다. 법안은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재확인으로 사죄를 얘기하고 있어 사실상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사죄 부분이 누락돼 있다. 과거사 반성이 없는 상황에서 돈 주면 끝난다는 점에서 제2의 위안부합의 나아가 실패한 일본 정부·민간의 아시아여성기금 한국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아시아여성기금은 모금이란 형식을 취했지만 결국 일본 정부가 80~90%를 댔다. 문희상 안의 ‘기억·화해·미래 재단’ 또한 기금이 모자라면 정부가 메워나가는 건데 그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Q. 청와대가 문희상 안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일부 보도에서는 문희상 안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정부가 6월 19일 일본에 제시한 ‘1+1’안보다는 진전된 안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청와대가 생각하는 피해자의 범주는 무엇이며, 그 범위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인가.

A. 정부의 6·19안은 대법원 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서 피해자가 동의할 경우 한일 기업이 기금 모아서 지급한다는 것이다. 보상 판결이 난 일본 3개 기업, 그리고 청구권 자금을 쓴 한국 16개 기업이 대상이지만 일본은 그날 즉각 거절했다. 문 의장은 1500명에 대한 보상을 얘기하고 있다. 현재 법원에 계류 중인 990명과 현재 살아계신 피해자 본인 500명 이 추가로 소송할 것으로 전제로 해서 1인당 2억원씩, 3000억원을 얘기한 것이다. 피해자 단체 중 일부는 문 의장을 직접 만나 법안에 찬성을 했지만 문제는 대법원 승소판결을 받은 이춘식씨 등이 반발하니. 이들의 동의가 포함돼야 한다. 피해자는 21만명 혹은 27만명이라고 하는데 일단은 승소 확정 판결이 난 분에 대해 한일양국이 판결이 이행되도록 집중할 필요가 있다. 승소한 분들이 현금화해 버리면 끝난다. 65년 청구권협정 깨지는 것이다.

Q. 2018년 10월 판결이 65년 협정의 불완전성, 즉 식민지배의 합법·불법의 역사인식, 청구권 소멸 부분을 애매하게 정한 데 기인한 것이라고 본다면 판결은 사실 65년 체제를 수정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현재 진행되는 것을 보면 65년 체제를 보완할 기회는 놓쳤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A. 대법원 판결 등은 청구권 협정을 준수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정신적 위자료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65년 체제와 상충되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는 간 나오토 총리 담화 등을 통해 식민통치에 대한 사죄반성을 말하고 있고, 위안부합의 등을 통해 65년 체제를 스스로가 보완해 왔다. 그 연장선상에서 추가적인 정신적 위자료 보상이 있는 것이다. 일본 기업은 빨리 끝내고 장사하고 싶은데 아베 총리가 협정으로 다 끝났다면서 보상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이다. 북한이나 동남아에서 식민시대 개인보상 관련 소송이 제기되면 일본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그런 것 같지만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것에 대해 거부하는 것은 지나치다. 18년간 이어온 소송에 대해서 일본 정부가 보상을 가로막는 것은 부적절하다.

Q. 외교 당국간 협의가 내년부터 활성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일본이 주장하는 국제법 위반 상태의 원상복귀와 한국 측이 모든 책임을 지고 해결하라는 것, 그리고 한국이 말하는 피해자중심주의, 사법부 판단 존중은 충돌할 수 밖에 없는 개념인데, 해결책을 내년에는 찾을 수 있을까.

A. 어떻게 생각하면 강제동원은 국내 문제다. 피해자가 수용하지 못하는 안은 절대 안 된다. 첫째 한국 정부, 피해자 원고단, 강제동원 지원단체, 민족문제연구소 등으로 구성된 민간공동위원회를 만들어서 토론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가 피해자 원고단과 얘기를 해야 한다지만 지금 부정기적으로 얘기하고 연락하는 정도로는 안 된다. 제도화를 해야 한다. 국내에서 해법이 나오지 않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기 어렵다. 누구한테 어떻게 얼마를 보상할 것인지, 피해자들이 사죄를 원하는데, 사죄는 어떻게 받아내야 하는 건지,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 둘째는 대법원 판결이 이행되는 과정이 보증돼야 한다. 특정 기업이 특정 개인에 보상하는 게 보장돼야 한다.

Q.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은 것 자체가 국가의 책임이라고 한다면, 국가가 식민시대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고난에 몰아넣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게 맞으며, 그런 점에서 피해자들이 제기해 판결이 나온 것은 별도로 하고 향후 제기될 소송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지고 해결하는 게 맞다는 국내 의견도 있다.

A. 그런 주장의 연장선상에 가보면 한국 정부가 다 보상하고, 도덕적 우위에 서자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7000억원 보상을 했다. 적지 않은 액수이며 국가가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

Q.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냐 아니냐, 식민지배가 합법이냐 불법이냐는 외교당국 간, 혹은 정상회담에서도 해결하기 힘든 난제이기 때문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물어보는 게 양국 간 대립의 불씨를 근원적으로 제거하는 방안이라는 의견도 있다.

A. 반대다. 한일 간 특수 사안을 국제무대로 갖고 가져 가서는 안 된다. 국제사법재판소 판결은 대략 3년 걸린다. 피해자들은 80~90대이다. 매년 1000명 단위로 돌아가신다. 지난해 봄 5200명이던 것이 올해 4000명이 안되는데 3년 지나면 생존자가 1000명도 채 남지 않을 수도 있다. 인도적인 면에서 옳지 않다. 이 문제를 ICJ에 묻고 일본이 그럼 독도를 ICJ에 걸어보자고 한다면 우리가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된다. 그리고 ICJ에서 식민지배 합법불법 문제가 가려지지 않거나 합법이라고 나왔을 경우 대한민국 헌법정신에 반하는 판결이 되므로 ICJ에 갖고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황성기 평화연구소장 marry04@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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